무기징역은 몇 년을 살아야 심사가 열리나 — 형법 제72조와 인제 등산객 사건 판결 기록

판결 기사를 읽다 보면 무기징역에서 문장이 끝납니다. 그다음이 궁금해서 찾아보면 대부분 답이 없어요. 그래서 많은 분이 무기징역을 죽을 때까지 가두는 형으로 알고 계십니다.

우리 형법은 그렇게 적혀 있지 않습니다. 무기형에도 문이 하나 달려 있고, 그 문이 열리는 시점이 조문에 숫자로 박혀 있어요. 이 글은 그 숫자가 무엇이고 왜 지금 논란이 되는지를 조문부터 확인한 다음, 실제 판결 하나에 대입해 보는 순서로 갑니다.

대입할 판결은 2021년 7월 대법원에서 확정된 강원 인제 등산객 살해 사건입니다. 이 사건을 고른 이유는 1심 재판부가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20년을 함께 명령했기 때문입니다. 그 조합 자체가 아래에서 설명할 계산을 재판부가 이미 하고 있었다는 증거예요.

사건 쪽은 수사 경과와 확정된 판단까지만 적습니다. 범행 상황 묘사와 피해자·유족에 관한 사항은 넣지 않았습니다.

형법 제72조가 정해 둔 숫자

가석방의 요건은 형법 제72조 제1항에 있습니다. 징역이나 금고를 집행 중인 사람이 뉘우침이 뚜렷할 때, 무기형은 20년, 유기형은 형기의 3분의 1이 지난 뒤에 행정처분으로 가석방할 수 있다는 조문입니다.

구분가석방 심사가 열리는 시점
무기형20년 집행 경과
유기형형기의 3분의 1 경과
유기징역 상한30년, 가중하면 50년

여기서 주의할 표현이 하나 있습니다. 조문은 가석방할 수 있다고 되어 있지 가석방한다가 아닙니다. 20년은 나오는 날짜가 아니라 심사 대상이 되는 자격 요건이에요. 조문 한 줄을 직접 열어 보면 기사로만 알던 것과 결이 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건강보험료 체납과 의료비 환급금의 관계를 정리할 때도 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도 핵심은 조문의 서술어였습니다.

2008년에 벌어진 역전

지금 이 조문이 문제로 지적되는 이유는 옆 칸의 숫자만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2008년 형법 개정으로 유기징역의 상한이 30년, 가중 시 50년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무기형의 가석방 요건은 그 개정에 맞춰 조정되지 않았어요.

결과를 나란히 놓으면 이렇게 됩니다. 징역 30년을 선고받은 사람은 형기의 3분의 1인 10년이 지나야 하니 계산상으로는 더 이른 시점에 요건을 채우지만, 실무에서 장기 유기형 수형자가 실제로 채우는 시간과 비교하면 무기수 쪽이 먼저 심사대에 올라가는 상황이 생깁니다. 국민일보가 2026년 6월 6일 기사에서 이 구조를 현재형으로 다뤘습니다. 2026년 9월 지금도 해소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같은 기사에 인용된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의 지적은 방향이 분명합니다. 유기형으로 40년 이상을 선고하는 사례가 늘었으니 무기형의 가석방 요건도 유기징역 상한인 50년보다 무겁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심사대에 서는 것과 문 밖으로 나가는 것

그렇다고 20년째에 줄줄이 풀려나는 것은 아닙니다. 숫자가 이를 보여 줍니다. 2017년부터 2021년 3월까지 가석방으로 출소한 무기수는 75명이었고, 이들의 평균 복역 기간은 28년 5개월이었습니다. 조문이 여는 문과 실제로 통과되는 문 사이에 8년 넘는 간격이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이 주제를 볼 때는 두 문장을 반드시 붙여서 읽어야 합니다. 무기형은 20년이면 심사 대상이 된다, 그리고 실제 출소는 평균 28년을 넘겼다. 둘 중 하나만 떼어내면 어느 쪽으로든 사실과 멀어집니다.

가석방 없는 무기형은 어디까지 갔나

절대적 종신형, 그러니까 가석방 없는 무기형을 신설하자는 논의는 실제로 법안까지 갔습니다. 경과는 이렇습니다.

시점진행
2023년 8월법무부가 형법 개정안 입법예고
2023년 10월 30일국무회의 통과, 국회 제출
2024년 5월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
이후무기형 가석방 요건을 20년에서 30년으로 올리는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계류
2026년 9월도입되지 않은 상태

제도가 논의된 것과 제도가 굴러가는 것은 별개라는 점은 다른 분야에서도 반복됩니다.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운전면허가 100일까지 정지되는 제도를 정리하면서도 같은 간극을 봤습니다. 조항은 있는데 신고 창구를 아는 사람이 적어 실제 집행까지 가는 길이 길었죠.

판결문 안에 이 계산이 들어 있다

이제 사건으로 갑니다. 2020년 7월 11일 낮, 강원 인제군 북면 설악산 국립공원 등산로 입구 공터에서 50대 여성 등산객이 살해됐습니다. 가해자는 인근에 살던 20대 초반 남성이었고 두 사람 사이에 면식 관계는 전혀 없었습니다.

재판 경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단계날짜결과
결심2020년 10월 6일검찰 사형 구형
1심2020년 11월 6일무기징역, 전자장치 부착 20년
항소심2021년 5월 12일쌍방 항소 기각
대법원2021년 7월 21일상고 기각, 확정

양형에서 결정적이었던 것은 자택에서 나온 기록물이었습니다. 법정에서 공개된 일기에는 다수를 살해하겠다는 취지의 기록이 남아 있었고, 총기를 구하기 위해 수렵면허 시험을 준비한 정황과 인제군 지도를 출력해 도주 경로를 계획한 정황이 함께 드러났습니다. 재판부는 이를 우발적 범행이 아니라 계획된 범행의 근거로 봤습니다. 심신장애 주장은 1심과 항소심 모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항소심 재판부가 남긴 문장은 이렇습니다.

뒤늦게 피해자와 유족에게 사죄의 뜻을 표시했으나, 진정으로 속죄하고 참회한 데 따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같은 판결문에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잔혹하게 살해했다는 표현도 들어 있습니다. 이 글이 범행 수법을 옮기지 않는 것은 저 한 줄로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시 서두의 질문으로 돌아옵니다. 1심이 무기징역에 전자장치 부착 20년을 붙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자장치는 교도소 안에 있는 사람에게 채우는 장치가 아닙니다. 사회로 나온 뒤를 관리하는 처분입니다. 즉 재판부는 형법 제72조가 여는 문을 계산에 넣고 선고한 것입니다. 확정이 2021년 7월이니 조문상 20년이 차는 시점은 2040년대가 됩니다.

관계가 아니라 영상에서 출발한 수사

이 사건은 수사 방식에서도 한 번 볼 만합니다. 살인 사건 수사는 통상 피해자의 주변 관계를 훑는 데서 시작하는데, 면식 관계가 없으면 그 출발점이 사라집니다.

동아일보 2020년 7월 13일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차량 블랙박스 영상과 탐문 수사를 통해 인근 거주 남성을 유력 용의자로 특정했고, 범행 당일 긴급체포했습니다. 블랙박스의 어느 장면이 결정적이었는지는 언론 보도로 확인되지 않아 이 글에서는 적지 않습니다.

대조군이 같은 지역에 있습니다. 강원도민일보가 2021년 4월 기획 기사에서 다룬 2003년 인제 토막 살인 사건은 강원경찰청 미제 사건 가운데 하나인데, 기사는 당시 CCTV 체계화 등 과학수사의 발전이 미흡해 초동 수사에 실패한 대표 사례로 설명했습니다. 별개의 사건이지만 같은 군에서 17년 간격으로 결과가 갈렸다는 점은 남습니다. 한쪽은 영상이 없어 미제가 됐고 다른 쪽은 영상이 있어 당일에 끝났습니다.

수사 단서와 재판 결과를 함께 따라가는 정리는 화성 청산염 사건과 홍은동 소녀 사건 정리에서도 해 봤습니다. 그쪽은 감형과 유지가 갈린 이유가 초점이었다면, 이 글은 확정된 형의 뒷면을 보는 쪽입니다.

사건을 부르는 이름이 바뀐 자리

2020년 보도는 이 사건을 묻지마 살인이라고 불렀습니다. 1심 재판부의 판단에도 그 표현이 쓰였습니다.

그 표현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2022년 1월 19일 묻지마 범죄를 대신할 공식 용어로 이상동기 범죄를 채택했습니다. 동기를 묻지 않는다는 어감으로는 원인 분석도 대책 수립도 어렵다는 지적이 누적된 결과였습니다.

다만 용어 채택과 통계 축적은 같은 속도로 가지 않았습니다. 범죄통계에 이 분류가 실제로 반영된 것은 2023년부터이고, 2023년 7월 보도 시점까지도 이 유형의 공식 자료는 2017년 국정감사 제출분이 사실상 전부였습니다. 이름을 정하는 데서 숫자를 세기 시작하는 데까지 다시 1년 반이 걸린 셈입니다.

끝으로 흔한 오해 하나를 정리해 둡니다. 등산로와 둘레길에 CCTV·비상벨이 대폭 늘어난 것은 2023년의 다른 사건들이 계기였습니다. 서울시의 치안 취약지역 CCTV 확대와 IP 비상벨 병설, 경상남도의 이동형 CCTV 보급이 모두 그해에 이뤄졌습니다. 이 사건의 후속 조치가 아니므로 시점을 붙여서 읽으면 안 됩니다. 같은 이유로, 이 사건의 이름을 딴 법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세 줄 정리

  • 형법 제72조상 무기형은 20년 집행 후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되고, 실제 출소자의 평균 복역은 28년 5개월이었습니다.
  • 2008년 유기징역 상한만 30년으로 오르면서 생긴 역전은 2026년 9월 현재도 남아 있고, 가석방 없는 무기형은 2024년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된 뒤 도입되지 않았습니다.
  • 2020년 인제 등산객 사건의 1심이 무기징역에 전자장치 부착 20년을 함께 명령한 것은, 재판부가 그 20년 뒤를 이미 전제하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사진=국가법령정보센터, 한국일보,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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